최근 언론계에서 가장 뜨거운 주제 중 하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복귀로 인한 뉴스 매체들의 변화입니다. 이를 통해 워싱턴포스트(The Washington Post)의 'BHAG(Big Hairy Audacious Goal)'이라는 흥미로운 방향성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BHAG’는 1994년 제임스 콜린스와 제리 포래스가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 Built to Last ≫이란 책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입니다. 크고 Big 위험하고 Hairy 대담한 Audacious 목표 Goal라는 뜻인데요. 무한 경쟁 시대에 인간의 상상을 넘어서는 야심에 찬 목표를 가진 기업이 글로벌 성장을 이끌어내는 기제가 바로 BHAG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트럼프 복귀, 언론의 양극화
트럼프의 복귀는 언론사들 사이에서 강한 양극화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예를 들어, 가디언(The Guardian)과 애틀랜틱(The Atlantic) 같은 매체는 기존의 반(反) 트럼프 입장을 더욱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접근법은 이미 반트럼프 성향을 가진 독자층에게 공감을 얻어내고, 이를 통해 매체의 정체성을 더욱 공고히 하는 전략입니다. 이른바 "트럼프 범프"로 불렸던 2016년의 독자 증가를 재현하지는 못했지만, 여전히 반트럼프 정서가 독자 참여와 브랜딩에 큰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억만장자 소유의 매체들은 다른 길을 걷고 있습니다. 패트릭 순시옹(Patrick Soon-Shiong)과 제프 베이조스(Jeff Bezos)는 각각 LA 타임스(Los Angeles Times)와 워싱턴포스트를 보다 이념적으로 중립적인 방향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실리콘밸리의 '레드필링(red-pilling)'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반트럼프 서사에 의존하지 않는 새로운 방식으로 나아가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LA 타임스: '미디어 유틸리티'를 향한 시도
LA 타임스의 경우, 패트릭 순시옹은 '미디어 유틸리티(media utility)'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정치적 설득보다 실용적인 유용성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방향성이 비즈니스적으로 성공할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 산불 사태 당시 LA 타임스는 X(구 트위터)와 같은 플랫폼이 주도하는 정보 경쟁에서 주목도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워싱턴포스트: 새로운 BHAG
반면, 워싱턴포스트는 "민주주의는 어둠 속에서 죽는다(Democracy dies in darkness)"라는 구호 대신, "모든 미국인을 위한 생동감 있는 스토리텔링(Riveting storytelling for all of America)"를 내세우며 새로운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그 목표는 바로 2억 명의 유료 구독자를 확보하는 것입니다. 이는 명확한 목표 설정 같지만, "도달(reaching)"이라는 모호한 표현이 여지를 남깁니다.
참고로, 현재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뉴스 매체로 꼽히는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도 1,100만 명의 유료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2027년까지 1,500만 명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현재 워싱턴포스트는 300만 명 이하의 유료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내부적으로도 끊임없는 혼란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제프 베이조스는 "클리블랜드의 소방관들"과 같은 보다 폭넓은 대중을 겨냥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이를 위해서는 국제적인 독자층으로 확장하는 것이 필수적일 것입니다. 참고로, 아마존 프라임(Amazon Prime)조차 미국 내 가입자가 2억 명에 못 미치는 상황에서 이 목표는 넷플릭스와 코스트코의 구독자 수를 크게 웃도는 도전적인 수치입니다.
Defector의 데이브 맥케나(Dave McKenna) 같은 비평가는 이 BHAG를 "어리석다(dumb)"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베이조스는 인터넷의 글로벌 확장 가능성에 기반해 이러한 목표를 세운 것으로 보입니다. 워싱턴포스트가 워싱턴 정책에 더욱 집중한다면 정치 전문 매체인 폴리티코(Politico), 악시오스(Axios), 펀치볼(Punchbowl) 등과의 치열한 경쟁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워싱턴포스트의 새로운 BHAG는 단순히 목표를 설정하는 것을 넘어, 언론사의 정체성과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중요한 논의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이들이 제시한 거대한 목표가 현실이 될 수 있을지는 앞으로의 행보에 달려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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